“시간과 선택— 10만 달러의 기회비용”

앞선 칼럼에서 우리는 시간이 되돌릴 수 없는 자원이며,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기회비용이 따른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자가 왜 존재하는지, 이자가 결국 시간의 가격이라는 점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이 개념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하나의 예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갈림길에 선 10만 달러

시간을 2015년 12월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당시 여러분이 10만 달러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가정해보지요. 그 순간, 두 가지 선택지가 눈앞에 놓여 있습니다.

선택 1

10만 달러를 다운페이먼트로 사용해 50만 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하고, 40만 달러를 15년 고정금리 모기지로 차입한다.

선택 2

주택은 구입하는 대신에, 10만 달러를 주식시장(S&P 500)에 장기 투자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선택 1로 인해 추가로 고려되는 사항들은 추후에 다시 논하는 것으로 하고 선택한 종류와 시점만을 갖고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10년 동안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선택 1

미국 주택가격지수(Case-Shiller 전국지수 기준)는 (물론 지역마다 편차가 상당히 크지만) 이 기간 동안 약 1.88배 상승했습니다. 즉, 2015년 말 50만 달러였던 주택은 2025년 말 기준으로 약 93만~95만 달러 수준이 됩니다.

2015년 말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15년 고정금리 모기지 금리는 3% 초반대였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믿기 어려울 만큼 낮은 금리였지요. 그 조건으로 40만 달러를 빌려 집을 샀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은 약 2,700달러에서 2,800달러 정도였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월급날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숫자였을 것이고, 몇 번은 “이걸 정말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어느새 1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매달 내는 돈 대부분이 이자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대출 잔액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10년 정도를 성실하게 상환했다면, 처음 빌렸던 40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은 이미 갚은 상태가 됩니다. 남아 있는 대출금은 대략 15만 달러 안팎. 숫자만 놓고 보면 아직 빚이 남아 있지만,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그 사이 집값은 크게 올랐습니다. 처음 50만 달러에 샀던 집이 이제는 약 94만 달러 수준이 되었습니다. 계산을 해보면, 집 전체 가치에서 아직 남아 있는 대출을 빼고 나면 손에 쥔 순자산은 대략 79만 달러.

매달 빠져나가던 그 2,700달러가, 돌이켜보면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조금씩 자산을 쌓아 올리는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이 시점에서 비로소 실감하게 됩니다.

선택 2

이제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주식 투자 쪽 선택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2015년 말, 주식시장은 지금처럼 화려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AI도 지금만큼 주목받지 않았고,
미국 증시는 “이제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만 달러를 S&P 500 지수에 장기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처음 몇 해는 비교적 평온했습니다. 시장은 오르내렸고, 어떤 해에는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숫자가 크게 바뀌지 않으면, “이게 과연 잘한 선택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2019년을 지나고, 2020년에는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충격이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계좌 잔고가 크게 줄어드는 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멈추거나 현금화했습니다.

하지만 투자금을 그대로 두고 기다린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후 시장은 빠르게 회복했고, 기술주와 대형 기업들이 성장을 이끌면서 주식시장은 다시 상승 궤도에 올랐습니다.
AI와 기술 혁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의 일입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25년 말, 처음 투자했던 10만 달러를 다시 들여다보면
계좌 잔고는 약 38만~40만 달러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과정에서 추가로 돈을 넣은 것도 아니고, 매달 신경 써서 관리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저 시간을 투자했을 뿐입니다.

이제 이 두 선택을 나란히 놓고 보면,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선택 1에서는 매달 빠져나가는 돈을 감당하며 집이라는 실물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고, 선택 2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속에서 시장의 성장에 조용히 올라탔습니다.

어느 쪽이 더 옳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시간과 선택이 결합되면, 그 결과는 우리가 처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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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비용: 이자는 왜 존재하는가 — 그리고 오늘의 선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