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비용: 이자는 왜 존재하는가 — 그리고 오늘의 선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난 칼럼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자원인 시간과, 모든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왜 돈에는 비용이 있을까?” “왜 돈을 빌리면, 빌린 금액보다 더 많이 갚아야 할까?”
그 답은 단순하지만 중요합니다. 바로 이자(interest)입니다.
이자는 단순한 돈놀이가 아닙니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낸 복잡한 장치도 아닙니다. 이자의 본질은 타인의 시간을 사용하는 대가입니다. 누군가가 오늘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그 돈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투자할 수도, 소비할 수도, 미래를 위해 남겨둘 수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자는 그 기회 상실과 시간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입니다. 즉, 이자는 시간의 가치를 돈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역사 속의 이자
이자는 현대 금융의 산물이 아닙니다.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이미
곡물을 빌리고 더 많은 곡물로 갚는 기록이 존재했습니다. 씨앗을 빌려 농사를 짓고, 수확 후 더 많은 곡물을 갚는 구조였지요. 여기에는 시간과 위험이 모두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이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중세에 들어서면서 종교적 이유로 이자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고리대금(usury)’ 개념이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돈이 돈을 낳는 것이 과연 도덕적인가?”라는 질문이었지요.
하지만 상업과 무역이 확대되고 경제가 복잡해지면서 이자 없는 거래는 현실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사회는 이자를 도덕적 문제라기보다 필수적인 경제 장치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현대 자본주의가 형성되면서 이자는 성장과 투자, 장기 계획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자율은 왜 변할까요? — 시간과 위험
이자는 시간뿐만 아니라 위험(risk)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신용이 높은 정부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반면, 이제 막 시작한 기업이나 개인은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자율은 이렇게 움직입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이자율은 올라가고
신뢰와 안정성이 커지면 이자율은 내려갑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낮은 이자율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한때는 쉽게 빌릴 수 있었던 돈이, 이제는 부담스러운 비용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에게 이자는 미래의 돈을 앞당겨 쓰는 비용입니다. 대출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주택을 구입하거나, 교육에 투자하는 경우처럼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목적이라면 대출은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소비를 유지하기 위한 대출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의 자유를 조금씩 갉아먹게 됩니다. 그래서 대출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돈을 빌려서 만들어질 미래의 가치가 내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을 초과하는가?”
반대로, 돈을 보유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돈을 빌리는 데 비용이 있다면,
돈을 가만히 두는 데에도 기회비용이 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동안에도 물가는 오르고, 돈의 가치는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자는 대출에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저축과 투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적은 수익이라도 “이 돈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일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이 돈을 쓰지 않는다면,
적어도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은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비싼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자, 시간, 그리고 앞으로의 선택
2026년을 앞두고 금리, 물가,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선택을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선택의 중요성을 더 크게 만듭니다.
대출을 하든, 저축을 하든, 투자를 하든, 현금을 보유하든, 이자는 언제나 그 선택의 뒤에 조용히 존재합니다.
이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금융 전문가가 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시간은 언제나 비용을 가진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